도서 소개
이 책은 199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 동안 광주 MBC 라디오 ‘FM 모닝 쇼’ 유아교육코너에 방송된 내용이다. 그 후 10년 동안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주고 호응해주셔서 2001년 개정하였다. 3부로 구분하여 바람직한 양육환경, 유아의 성장과 발달, 나는 어떤 부모인가?로 재구성한 바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30년이 되었는데 지금도 많은 분들이 부모교육 강의에 사용하거나 참고한다는 말을 전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대학강의와 연구, 외부활동, 집안일로 동분서주하고 지내며 나 역시 젊은 엄마로서 아이들을 기를 때여서 조금 더 생생한 기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내용을 모두 4부로 구분하여 재정리하였다. 시간이 흘러 적절하지 않은 사례나 캐릭터들도 있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우리의 상황이나 개념의 변화를 반영하여 수정하였다. 제1부는 관찰하고 반응하기, 제2부는 함께 대화하기, 제3부는 즐겁게 놀이하기, 그리고 제4부는 지켜보며 기다리기로 구분하여 양육에 필요한 핵심적인 키워드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다.
좋은 부모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세밀히 관찰하고 반응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는 공을 주고받는 것과 같아서 수준에 맞게 오고 가야 하며 진정성과 기술이 필요하다. 오는 공을 잘 받고 던지는 데 훈련이 필요하듯 대화를 잘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말 공부 즉, 언어의 정련과 대화는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하고 인격을 성장시킨다. 또한 영유아기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놀이이다. 놀이를 잘 즐기고 호기심과 기쁨으로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양육 기술과 방법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성인으로서 인내하고 기다리며 멀리 보는 철학과 혜안이 더해질 때 의미 있는 부모 자녀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대답을 기다리자’는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나서 대답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리자는 뜻이 담겨 있다. 대답을 기다리는 적절한 시간이 약 7초라고 한다. 7초라는 시간은 짧은 것 같지만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기다리는 7초는 결코 짧지 않다. 3초만 지나도 ‘생각해 봐, 생각이 안 나니’ 하면서 조급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대답을 기다린다고 해서 적막한 분위기에서 무작정 기다리거나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예열하여 꺼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의미이다.
수년 전 육아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육아토크 콘서트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에 패널토의자로 참석한 바 있다. ‘독박육아’, ‘슈퍼맨육아’ 등 다양한 형태의 육아를 하는 동안 힘들고 답답해하는 엄마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기에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젊은 엄마들과 유아교육 이론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대화하고 싶었다.
언젠가 ‘환상동화’라는 연극을 관람하고 적지 않은 울림이 있었다. 연극에서는 세 광대가 각각 사랑, 전쟁, 예술을 주장하다가 이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얘기를 하자고 한다. 전쟁 같은 차가운 현실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따뜻한 얘기를 하는 내용이지만 사실 전쟁과 사랑과 예술은 따로따로 일어나지 않고 한꺼번에 온다는 메시지이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사랑해야지, 예술을 꽃피워야지~’라고 하지만 사랑과 예술은 전쟁 통에 함께 일어난다는 가르침을 준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라고 하지만 전쟁 같은 현실은 늘 지속된다. 그런 현실 속에 사랑도 하고 예술도 꽃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지원도 그렇다. ‘이 다음에 해야지. 한가해지면 해야지’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곧 자라서 더 이상 부모와 함께하려 하지 않으며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 그의 이름은 오늘’이라 한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생일파티를 하는 날이라 케이크도 보내주고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었다. 생일파티 시간에 맞추어 가려고 애썼지만 강의와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바람에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생일파티가 끝날 즈음해서 헐레벌떡 겨우 유치원에 도착한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보내준 케이크 멋있었지? 친구들과 촛불도 잘 불었지? 재미있었지!” 하면서 애써 물었다. 아이가 “엄마 아까 거기 있었어야지!” 하며 안타까워하던 말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엘킨드(Elkind, 1981) 박사가 ‘쫓기는 아이들(The hurried child)’에서 언급한 ‘지금, 여기’의 의미이다. 이 책은 ‘너무 빨리 서둘러 자라는 아이들(Growing up too fast too soon)을 부제로 달아 ‘지금, 여기’ 있어 주는 시간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육아는 늘 바쁘고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대처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책은 젊은 시절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나의 생생한 기록인 동시에 반성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했어야 하는 일,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 순간이 지나고 나니 더 잘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한 통찰과 감회에 대한 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의 의미를 되새기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한 우리 아이들도 바르게 성장할 것을 믿는다.
우리는 오늘이라는 시간도 처음 살아보듯이, 부모 역시 처음이다. 육아는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나 홀로 또는 부모로서 겪어내야 할 외롭고 눈물겨운 일이기도 하다. 고달픔과 힘든 현실 속에서 살아내는, 때로는 전쟁 같고 때로는 기쁨과 보람이 함께하는 일이다. 우리의 부모들도 이렇게 우리를 기르셨고 세대를 이어 오면서 자녀를 양육하며 삶의 의미와 행복을 더하셨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아 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릴 수 없고 그때 조금 더 이럴 걸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은 주로 처음 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바쁜 생활 속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여유와 지혜를 갖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30년 전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신 양서원 박철용 회장님, 그리고 다시 출간을 권해주신 양서원출판그룹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1992년과 2001년 머리말을 그대로 실었다. 시인은 잔디 위에, 억새풀 위에 내려앉은 이슬도 산천 하늘 다니다 이곳 이 지점에 맺히고, 바람이 흩뿌린 대로 나뭇잎이 내 앞에 머무는 것도 인연이라는데 긴 시간의 우연과 필연을 생각한다. 바쁜 일을 제치고 원고를 읽어준 조홍자 교수님, 주시연 교수님, 노지연 원감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나석영 님의 멋진 삽화가 의미를 더하였다. 공들여 그리신 삽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 작은 전구가 켜지는 것 같다.
이 책의 시작과 동기를 주신 전 광주 MBC 박동찬 국장님의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에 감사드린다. 화가가 되신 국장님께서 정년기념으로 손수 그려주신 그림을 보고 있으면 30여 년 세월이 소환됨을 느낀다. 기쁜 삶을 누리시길 바라며 ‘대답을 기다리자’를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2년 무등산 자락에서,
저자 김영옥
목차
개정판을 내면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며
이 책을 내면서
아이는 가장 훌륭한 스승
1. 관찰하고 반응하기
신생아의 능력
신생아의 정서 발달
영아의 감각활동
자아개념
심리적 안정
욕구불만의 해소
대·소변 가리기
화장실 습관
이성의 부모에 대한 애착
자율적인 습관
행동 수정
유아기 인생의 과제
호기심의 시작
주의력 기르기
관심과 지식
동심의 세계
독창적 사고
의견을 존중하기
욕구를 인정하기
동기 유발
상상력
글자의 기초 공부
읽기 능력
언어 발달
수 개념의 형성
왼쪽과 오른쪽
시간 개념
거짓말의 시작
대인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
책임감
물건 정리정돈하기
혼자 있는 공간
아이들의 스트레스
의도를 정확하게 알기
활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
2. 함께 대화하기
대화의 시작
가족의 대화
언어의 사용과 습관
육하원칙
걸음마쟁이와의 대화
나이에 맞는 대답
아이가 만든 작품
동물을 돌보는 기회
아이들의 파티
동생이 태어나면
성에 대한 호기심
사람의 다양한 역할
장래의 소원
엄마가 지낸 일 이야기하기
웃어른을 존중하는 태도
집안일을 알게 하자
표현력의 확장
긍정적인 사고와 언어
감사하는 마음
미안하다는 표현
짜증을 내는 아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죽음에 대한 이야기
생각을 확장하기
논리적 사고
정답보다 중요한 것
개방적인 반응
적극적으로 들어 주기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
너무 많은 주의사항
생각하는 기회
입장을 바꾸어 보기
감정에 호소하기
칭찬은 구체적으로 하자
칭찬과 꾸중의 이유를 알려 주기
‘안 돼’라는 말을 줄여 보기
나의 메시지를 전하기
3. 즐겁게 놀이하기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놀이와 학습
놀잇감의 선택과 활용
적당한 재료
구체적 경험
색다른 경험을 하기
놀이의 확장
까꿍놀이
밀가루 반죽놀이
신체를 통한 표현
운동기술
적목놀이
문학교육
동화의 제목과 내용
극놀이
동시를 지어 보기
이야기 꾸미기
일기 쓰기
편지 쓰기
사전을 찾아보기
숨긴 물건 알아맞히기
문제내기 게임
그림 그리기
낙서할 수 있는 공간
가위질 하기
여러 가지 소리를 들어 보기
다양한 음악 접하기
악기 만들기
음률활동
자연과 만나기
사물을 관찰하기
그림을 통한 탐구
그래프의 기초 활동
음식 만들기
남자아이에게도 소꿉놀이를
물놀이
모래놀이
전통놀이와 게임
현장체험
4. 지켜보며 기다리기
부모 역할의 의미
아이와의 동료의식
자기 중심적 생각
자유의 한계
일상생활의 훈련
계획성 있는 생활
유아 중심의 환경
물건의 수집
집 안 구조의 변화
소비교육
내가 사고 싶은 것
자원의 활용
사랑의 회초리
교육적인 해결
합리적인 접근
자녀에게 비추어진 엄마
창의적인 부모
엄마만 아는 잘못
아버지와의 유대관계
모델과 모방
부모가 사용하는 말
어른 중심에서 벗어나자
권위를 인정하자
이름을 불러 주자
위신을 살려 주자
실수를 인정하는 어른
칭찬에 인색한 부모
장점을 키우자
유아교육과정
대답을 기다리자
나는 어떤 부모인가
저자 소개
김 영 옥 (金英玉)
전남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1987~2020)
현재, 전남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이사장
학력
이화여자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전공/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교육학 박사
(유아교육전공: Kappa Delta Pi 수상)
경력
한국유아교육학회 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장
OMEP 세계유아교육기구 한국회장
대통령자문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실 정책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비상임이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자문위원
교육부 유아교육선진화정책추진TF 위원장
교육부 유아교육발전5개년계획수립TF 위원장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위원
삼성복지재단 삼성어린이집 자문교수
삼성복지재단 광주어린이집교사연수원장
광주광역시 보육위원/시정 정책자문위원
한국유아교육학회 광주·전남지회 회장
이화여자대학교부속이화유치원 연구교사 역임 등
수상
옥조근정훈장(2020), 대통령 표창(2014),
교육부장관 표창(2014),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학술상(2011),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10),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2012),
전남대학교사범대학 사림학술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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