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흔히 현대를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이성만 중시되던 서구의 근대적 사조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감성이 가장 강하게 작용할 때가 언제일까? 역설적이게도 이성이 적당히 마비되었을 때일 것이다. 예컨대 술이나 마약 탓으로 이성이 적당히 마비되면, 감성은 해방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식으로 감성적인 사람을 감성지수(EQ)가 높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감성이 풍부하되, 이성이나 의지와 같은 다른 중요한 심적 기능도 함께 잘 계발된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하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을 더 강하게 또는 더 많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절제하고 이성이나 의지와 조화롭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감성의 시대’라는 말을 ‘논리, 합리, 비판과 같은 이성적 사고를 멀리하라’는 메시지로 잘못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감성과 이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조화해야 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처럼 감성이 넘쳐나는 곳에서는 도리어 이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 ‘감성의 시대’가 아니라, ‘이성과 조화한 감성의 시대’라야 한다.

감성과 더불어 이 시대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하고, 그런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니 그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 창의성은 우뇌가 주로 발휘하는 능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창의성은 전적으로 우뇌의 작용이며, 논리나 비판은 전적으로 좌뇌의 작용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논리나 비판적 사고는 좌뇌가, 감성적 사고는 우뇌가 더 많이 관장한다는 정도의 말일 것이다. 게다가 좌뇌와 우뇌는 뇌량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항상 함께 작동한다. 따라서 창의성은 좌뇌와 우뇌의 연합 작전 중에 발휘되는 능력이지, 어느 한 쪽의 단독 작전으로 발휘되는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은 좌뇌적 사고와 우뇌적 사고가 각각 잘 발달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양자 간 연결망도 잘 발달해야 발휘되는 능력이다.

감성이 풍부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뇌가 더 발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 왜 그럴까? 좌⋅우뇌가 균형적으로 계발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우뇌를 더 계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좌뇌 및 좌⋅우뇌의 연결망을 더 계발해야 한다. 우리에게 특히 부족한 것은 감성, 의지, 상상력 등과 같은 비이성적 능력을 합리적 능력과 조화시켜 활용하는 융합 능력이다.

창의적 사고의 기본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기의 시작은 사고의 일상성 탈피이고,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의 생각’을 의심하는 것, 즉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일이다. 높은 창의성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비판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비판적 태도가 고등 사고의 핵심이다.

이 책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려는 교양적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대학에서 교양 교재로 활용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개선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및 수업 담당 교수들과의 상호작용이 개선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큰 고마움을 표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3장은 기초편, 4~7장은 비판편, 그리고 8~10장은 창의편이다. 기초편에서는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인 논증의 특성에 대한 기본 이해를 추구한다. 비판편에서는 신뢰성 있는 전제와 올바른 형식으로 좋은 논증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창의편에서는 발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발산적 사고력을 배양한다. 이 책이, 탄탄한 비판적 사고력 위에서 창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려는 교양적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대학에서 교양 교재로 활용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개선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및 수업 담당 교수들과의 상호작용이 개선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큰 고마움을 드린다. 인기 없는 인문학 도서의 출판을 기꺼이 맡아준 양서원출판그룹 박철용 회장님과 깔끔한 책으로 거듭나게 해준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2018년 2월

글쓴이 정 상 모

목차

책머리에

Part 01 기초편

Chapter 01 비판과 창의

1. 사고의 구분

2. 비판적 사고

3. 창의적 사고

4. 철학적 사고

Chapter 02 언어의 용법과 정보적 언어

1. 언어의 여러 용법

2. 정보적 언어의 구성 요소

Chapter 03 논증의 이해

1. 좋은 논증의 조건

2. 논증의 기본 구조

3. 생략된 명제 찾기

Part 02 비판편

Chapter 04 개념의 간명함

1. 애매모호함 피하기

2. 개념의 의미와 질서

3. 정의하기

Chapter 05 전제의 신뢰성

1. 신뢰성의 기준

2. 신뢰성 확보의 기본 방법

3. 그럴 듯하지만 잘못된 전제들

Chapter 06 연역 논증

1. 연역 논증의 구분

2. 중요한 명제 논리 형식

3. 중요한 개념 논리 형식: 정언 삼단논법

Chapter 07 귀납 논증

1. 사례 논증

2. 유비 논증

3. 인과 논증

Part 03 창의편

Chapter 08 발견의 논리

1. 발견과 문제 해결

2. 문제 유형과 발견 전략

3. 닫힌 문제 풀이

4. 열린 문제 풀이

Chapter 09 발산적 사고

1. 두 사고법

2. 발산적 사고를 위한 기법

Chapter 10 논술 길라잡이

1. 논술이란

2. 논술문 작성 개요

3. 논술문 작성 실제

4. 사례 분석

문제풀이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정상모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학위 및 하르트만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조지아대학교(University of Georgia) 철학과에서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신라대학교 교양과정대학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