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천근만근 일상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를 때, 삶에 대한 회의가 저 깊은 곳에서 스멀거리며 올라올 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생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떠오른다.
인간의 인생은 태내에 생성되면서부터 시작되어 변화를 거쳐 소멸로 나아간다. 그리고 인간은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삶의 상황들에 직면한다. 인간이 인생의 과정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들은 한 개인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개인은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채워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무쌍한 현실을 접한다. 개인의 삶의 여정은 제각각 모두 다르다. 인간이 만나는 삶의 장면들은 달라도, 그것을 관통하는 의미를 파악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생애주기별로 경험하는 다양한 삶의 과제에 대해 인간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회제도로서의 사회복지실천은 인간의 인생이 행복과 기쁨으로 채워지게끔 돕는 전문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실천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는 인간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 때 사회복지사는 인간이 직면하는 삶의 문제를 사회적 환경 속에서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하이데거는 인간을 그냥 우연히 던져진 존재이자 고립된 자아로 보았다. 그는 인간을 개체적인 실체로 이해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르트르도 인간을 ‘잉여 존재’ 내지 ‘여분의 존재’로 인식했다. 여기에서 인간이란 하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개체에 불과했다. 이렇게 하이데거와 사르트르는 모두 인간의 단절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개체성을 강조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자유와 자율을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관계망 안에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실은 현대 철학의 보편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철학은 인간의 인간됨은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공동체 안에서 성취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의 독립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인간은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실천은 사회복지사의 인간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타인과의 관계, 나아가 세상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실제로 공감은 자존감의 씨앗이며 출발이다. 아울러 자신감의 마중물이며 비타민이다. 누군가의 비슷한 경험을 나눌 때 공감 받는 느낌으로 마음 속 차디찬 얼음이 녹는다. 사회복지사가 복지서비스이용당사자를 깊이 공감하면 당사자의 마음에는 생수가 가득 넘치게 된다. 이렇게 사회복지사가 공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즉 환경 속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한편 인간은 개별적 주체이기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파악되고 호명되고 관여되어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그것을 수용할 때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된다. 당연히 인간은 신비이자 생명이며 일상이다. 인간으로서 사람들은 인간됨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선다. 사회복지사는 서비스이용당사자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인간의 삶에 깃든 관계성을 자각하고 인간다운 삶을 경험하는 인간성을 회복하게끔 한다. 사회복지사는 인간다운 삶을 뒷받침하는 사회 안에서 자기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인간, 관계를 잘 형성하고 공동체에서 잘 소통하면서 진정한 인간됨을 찾아 인간의 본성과 권리를 회복하는 길을 안내한다. 나아가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로 하여금 사람의 인간다움과 인간미를 잃지 않도록 심지어 더 인간다워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 서비스이용당사자인 인간 개개인이 성숙하고 성장하여 온전한 자유에 이르도록 이끈다. 이렇게 될 때, 인간은 사람과 세상 앞에서의 침묵과 개방성에 평안함을 느낄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며 이들을 사회제도와 사회서비스를 통해 돕는다. 실제로 사회복지사는 보다 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을 돕는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한다. 동정은 장애인의 자존감을 저해한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적의가 유사한 장애물이다. 동정과 적의는 하나같이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 나타나는 징후다. 사회복지사는 누구든지, 어떠한 삶의 환경에 있든지 간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며 행복하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도록 지원한다. 사회복지사는 교육과 경제, 인종, 성별 등 그 어떤 사회적 위치와도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한다. 자신과 다른 모습들이 위협이 아니라 상호 인정해야 할 개성임을 사회의 전 구성원들이 인식하게끔 사회복지사는 활동한다. 사회복지사는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형태의 ‘다름’이 ‘차별’이 아닌 ‘차이’가 되게끔 함으로써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사회복지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당연히 예비 사회복지사들로 하여금 반드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인간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의 인간행동’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가질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 물론 사회복지교과목 지침서에서 제시하는 교육내용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사회복지사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보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나오게 되었다.
융에 의하면 인간은 가면을 쓰고 사는 존재다. 마치 연극하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등장인물과 같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현실세계의 실체로 있는 인간과 사회와 문화가 요구하는 각본에 의해 등장인물로 나타나는 인간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뒤섞여있는 형국이다. 융에 의하면 문화는 인간의 전 발달에 걸친 각 개인의 환경적 배경 중 일부분이다. 문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인간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가치관, 믿음, 태도, 관습, 언어, 행동”의 집합체이기에 문화는 사회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인간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형성한다. 나아가 문화는 삶의 문제에 관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현실을 구성하며 행동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집단 구성원들에게 제공한다. 문화는 일상생활과 삶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현대인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미 제시된 문화적 각본에 따라 등장인물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끊임없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자아와 평판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욕구로 인해 이러한 문화적 등장인물로서의 모습에서 인간은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결국 포장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필연적인 사회적 삶에 의해 외부적으로부터 강요되기도 했지만 어느덧 인간이 지니고 사는 또 하나의 본성이 되었기에 필연적인 삶의 현상이 되었다. 인간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회와 오랜 교육에 의해 문화적 각본으로 설정된 등장인물로서의 역할이 실제 인간에게 지워지고 이를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강화하는 교육은 인생이 지나갈수록 더욱 강화된다.
한국사회에서 이뤄지는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의 성공지향적인 교육방식과 내용은 한국인의 어린 시절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아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으로 한국인의 내면에 성공을 향한 모순된 성향들을 형성하고 강화한다.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에서, 취업을 향한 공부로, 나아가 인생 내내 언제나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집착과 강박을 일반화시킨다. 그래서 진짜 인간은 사라지고 사회가 문화로 형성한 성공한 인간으로 포장된 등장인물만이 나타난다.
이렇게 오늘날 문명화된 한국사회에서 실제 인간이 오히려 등장인물 뒤로 가려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과 과도한 도시화와 그에 따른 인구 집중, 디지털 기반의 기계화된 사회환경 때문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간이 본래의 존재 그 자체라면 등장인물은 규격화되고 관습화되어 자동화된 ‘인간 구조’다. 획일화된 일상과 밀집해 있는 인구 규모가 우리에게 규격화된 ‘인간 구조’를 강요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많은 기업과 정부가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심리학과 상담학을 도입하지만, 그러한 시도마저도 결국은 규격화된 정신건강과 관련된 각종 심리검사나 통계 중심의 측정지표의 형태로 파악되고 결국 다시 등장인물화되어 수치화된 등급에 따라 분류된다.
사회복지사는 이와 같은 세상과 환경, 문화와 전통 등에 의해 규정되어지고 요구되는 각본에 의해 형성되고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됨의 본성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해와 교감에 기초한 진정한 공감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공감은 사회복지사가 어떤 이론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이용당사자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이용당사자가 털어놓는 이야기의 정확성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오로지 인간의 인간됨에 집중하여 진실하고 성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이 견지하는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면서도 그 내용이 인간을 대상화시키거나 라벨링(꼬리표 붙이기)하지 않도록 애썼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회복지사가 인간을 향해 진정성 있는 공감을 할 수 있게끔 필요로 하는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작업했다. <정신건강론>, <장애인복지론>, <사례관리론>에 이어 네 번째 동역이다. 두 사람의 장점과 단점이 상호 보완적이어서 ‘콜라보’가 잘 되는 것 같다. 여하간 최선을 다해 집필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학부과정에서 공부하는 젊고 촉망받는 미래의 사회복지사들에게 이 책을 읽힐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저자인 우리 두 사람이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공부할 때만 해도 영어로 된 원서 한두 권이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을 접하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국어로 쓴 책으로 다가갈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말은 우리 책이 원서로 우리가 공부했던 내용보다는 훨씬 더 좋다는 약간의 교만한 평가가 의도로 담겨 있다. 그래도 책을 쓴 저자들이 이 정도의 호기로운 자신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훌륭한 사회복지사로 성장해 가길 성원하며 기도한다.
2021년 6월 29일
강남대학교에서
이준우ㆍ최희철
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PART 01 인간행동의 이해
CHAPTER 01 인간발달과 사회복지실천
1. 인간발달의 특성
2. 인간발달과 유사 용어 비교
3. 인간발달이론의 유용성과 사회복지실천에의 기여
CHAPTER 02 정신역동이론Ⅰ
1.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
2. 융의 분석심리이론
CHAPTER 03 정신역동이론Ⅱ
1. 아들러의 개인심리이론
2. 에릭슨의 자아심리이론
CHAPTER 04 행동주의이론
1. 고전적 조건형성이론
2.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이론
3.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
CHAPTER 05 인지이론
1.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2.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행동치료
3. 벡의 인지치료
CHAPTER 06 인본주의이론
1. 로저스의 현상학적 이론
2.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이론
02 사회환경의 이해
PART 02 사회환경의 이해
CHAPTER 07 생태체계적 관점
1. 일반체계이론
2. 생태체계이론
CHAPTER 08 구조기능주의와 사회체계
1. 구조기능주의이론
2. 사회체계
CHAPTER 09 갈등주의와 상징적 상호작용, 교환이론
1. 갈등주의이론
2. 상징적 상호작용이론
3. 교환이론
CHAPTER 10 사회적 차별과 억압 관련 이론
1. 다문화주의
2. 페미니즘
3. 계층이론
PART 03 생애주기에 따른 인간발달의 이해
CHAPTER 11 태내기와 영유아기
1. 태내기
2. 영아기
3. 유아기
CHAPTER 12 아동기와 청소년기
1. 아동기
2. 청소년기
CHAPTER 13 성인기와 중ㆍ장년기, 노년기
1. 성인기
2. 중ㆍ장년기
3. 노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이준우(李峻宇)
총신대학교 종교교육학과 졸업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실천신학 수료
숭실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ㆍ박사(MA, Ph.D)
미국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D.Min)
강남대학교 복지융합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
강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수화언어통번역학과 주임교수
강남대학교 산학협력단 부설 한국CISM연구소 소장
한국수어학회 학회장
지구촌교회 농아부 지도목사
(2016~2021)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학회장
(2008~2012)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관장
(1997~2012) 남서울은혜교회 장애인위원회 지도목사
(1997~1999)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사무국장
(1991~1997) 충현교회 청각장애인부 지도교역자
(1989~1990) 사단법인 베데스다선교회 교육간사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사람과 세상을 변혁시키며 행복을 창출하는 데 기초가 되는 연구자로서의 삶’을 지향하며 사회복지 전문인력과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비전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회복지사, 열정이 넘쳐나는 수어통역사, 능력 있는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 고뇌하며 연구하여 가르치는 교수로 활발
히 활동하며 삶 속에서 ‘복지선교’와 ‘복지목회’, ‘복지경영’, ‘수화언어 연구’ 사역을 소명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최희철(崔熙澈)
숭실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숭실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ㆍ박사(MA, Ph.D)
강남대학교 복지융합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
강남대학교 글로컬사회공헌센터장, 장애학생지원센터장 역임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장 역임
강남대학교 실천신학대학원 교학부장 역임
강남대학교 Wel-Tech 특성화사업단(CK) 위원 역임
(2009~2010)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2003~2007) 태화해뜨는샘 시설장(정신건강사회복지사)
(1995~2003) 태화샘솟는집 과장(정신건강사회복지사)
(1994~1995)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사회사업 인턴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정신건강론》, 《정신건강사회복지론》, 《사례관리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장애인복지론》, 《복지와 테크놀로지》 등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보건복
지부 정신재활시설평가 분과위원장, 경산복지재단 이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이사,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이사, 한국통합사례관리학회 이사 등 특별히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 및 사회복지실천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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