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본질이란 그리스어로 아르케(arche)라고 한다. 이 말은 근원, 처음, 시초 등의 의미를 지닌다. 아르케는 변할 수 없다. 변하면 안 된다. 수소 두 분자와 산소 한 분자를 결합하면 화학적인 물이 된다. 우리는 이를 H2O로 공식화하고 이를 물의 본질이라고 한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우리가 쉽게 구입해 먹는 물은 H2O+α로 구성된 순수한 본질적인 물은 아니다. 사랑의 아르케, 철학의 아르케, 정치의 아르케 등 자연 만물에는 늘 그것들의 아르케가 존재한다.

20세기 말 현대 정치사에서 ‘서울의 봄’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는 독재타도를 외치는 학생들과 시민들로 넘쳤다. 꽤 넓은 강의실에서 우리는 동상처럼 앉아 교수님의 교육철학 수업을 지키고 있었다. 교수님의 심오한 지혜의 말씀과 갈겨쓴 칠판의 글씨는 희뿌연 강의실을 맴돌 뿐이었다. 어수선한 세상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교수님의 철학 강의에 우리의 정신은 제정신(정신의 아르케)이 아니었다.

예전 같지 않은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서울의 봄’ 때 배웠던 누렇게 바랜 교육철학 책을 다시 몇 번을 읽어봤다. 그때 강의실에서 동상처럼 앉아 교수님의 말씀과 희뿌연 글이 연기가 걷히듯 그 말씀과 글이 뚜렷한 ‘의미’가 되어 머릿속으로 눈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정신을 빼놓을 만큼 어려웠던 내용들이…

2023년의 가을이 2024년의 이른 여름으로 이어지며 다시 ‘제대로 된 봄’이 올 때까지 넓고 깊어지는 앎에서 오는 희열로 같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동료, 저자들은 이 책을 꼼꼼히 써 내려갔다.

20세기 후반 우리 저자들이 배웠던 교육철학의 지식의 본질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가르치는 방법과 수단은 유행처럼 부침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철학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이 문제다. 저자들의 이런 결론에 영감을 준 방법이 팬데믹(pandemic) 시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었다.

플립러닝이란 다양한 학문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융합인재를 키우기 위한 쌍방향 교육을 말한다. 플립러닝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없애고 교실 밖에서 미리 학습(온라인으로 예습)을 하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이나 탐구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교사에 의한 수업을 지양한다는 말 그대로 기존의 주입식 수업방식과 다른 색다른 교수-학습방법이다. 이런 방식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의사소통 능력,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및 공동작업을 위한 협동 능력과 창의력을 덤으로 기를 수 있다.

존 버그먼(Jonathan Bergmann, 2015)은 그의 공·저서 거꾸로 교실(원제: Flipped Learning)에서 거꾸로 교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거꾸로 교실이란 발상은 지극히 단순하다. 강의식 수업은 동영상으로 마친다.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공부할 교재가 있다면 이 역시 교실에 오기 전에 끝낸다. 이렇게 시간을 맞바꿈으로써 교사는 수업시간을 보다 많은 학생들과 해야 하는 활동에 쓰거나, 교사의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할애할 수 있다. 강의식 수업을 교실 밖으로 빼내어 학습하고, 수업시간은 보다 전략적으로 모둠활동이나 개별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다.” 존 버그먼의 말처럼 플립러닝은 학습활동을 더 깊고 넓은 새로운 배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교육이다. 요약하면, 플립러닝은 “강의는 동영상으로 집에서 듣고, 수업 시간에는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아쉽게도 완전한 플립러닝을 지향하지 못한다. 한정된 수업시간의 문제가 첫 번째이고, 한국 사회의 복잡한 교육제도와 너무 많은 교육과정(교과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그다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그렇게 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하였다. 급한 것은 조잡하다. 이 조잡하고 미약한 일도 나중에 시도하는 사람들에겐 큰 행운이 될 수도 있다.

교육 및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4차산업의 결실과 흔적들이 이미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결실들은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 종말을 알리고 있다. 학생 중심의 플립러닝은 이미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할 결과를 잉태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플립러닝하자! ‘플립러닝의 선구자’로서 좋은 책을 만드는 양서원에 감사드린다.

2024년 5월

저자 대표

목차

머리말

제1부 철학을 하다

Ⅰ 교육의 철학적 기초

CHAPTER 01.철학의 개념

1. 철학이란

2. 철학의 고유 탐구 영역

3. 철학의 기능

CHAPTER 02. 철학과 교육

1. 철학과 교육

2. 철학과 인생 태도

3. 철학과 과학, 종교 및 예술 간의 관계

Ⅱ 교육철학사

CHAPTER 03. 교육철학의 개념

1. 교육철학의 성격

2. 교육문제와 교육철학

3. 교육철학과 교사

4. 교육철학의 기능

CHAPTER 04. 교육철학의 변천

1. 진보주의와 교육

2. 항존주의와 교육

3. 본질주의와 교육

4. 재건주의와 교육

5. 실존주의와 교육

6. 분석철학과 교육

7. 비판이론과 교육

8. 포스트모더니즘과 교육

제2부 철학을 공부하다

Ⅲ 서양교육사

CHAPTER 05. 서양 고대사회의 교육

1. 교육사의 이해

2. 그리스시대의 교육

3. 로마시대의 교육

CHAPTER 06. 서양 중세사회의 교육

1. 중세사회의 특징

2. 중세의 교육제도

3. 중세의 교육사상가

CHAPTER 07. 서양 근대사회의 교육

1. 르네상스시대의 교육

2. 종교개혁기의 교육

3. 17세기 실학주의 교육

4. 18세기 계몽주의 교육

5. 19세기 국가주의 교육

CHAPTER 08. 서양 현대사회의 교육

1. 20세기 사회의 교육

2. 신교육운동

3. 신교육운동의 교육사상가

Ⅳ 한국교육사

CHAPTER 09. 한국 고대사회의 교육

1. 원시 고대사회의 교육

2.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3. 삼국시대의 교육

CHAPTER 10. 한국 중세사회의 교육

1. 고려사회의 특징

2. 고려시대의 교육기관과 교육제도

3. 과거제도와 학교교육

4. 고려시대의 교육사상가

CHAPTER 11. 한국 근대사회의 교육

1. 조선사회의 특징

2. 조선시대의 교육기관과 교육제도

3. 과거제도와 학교교육

4. 조선시대의 교육사상가

5. 실학의 교육

6. 동학사상의 교육

CHAPTER 12. 한국 현대사회의 교육

1. 구한말의 교육

2. 구한말의 교육사상가

3. 현대사회의 교육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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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박형근
홍익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서울예일여자고등학교 연구부장 및 교무부장 역임
BUT(Bucheon University in Tashkent) 유아교육과 파견 교수
전, 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및 아동보육과 교수

<주요 저서 및 논문>
교육학개론, 창의 ․ 인성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문화예술 교육사를 위한 교육심리학,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창의 ․ 인성 직업윤리, 꿈의 실현을 위한 인성과 리더십, 학교폭력 및 학생의 이해, 인공지능시대의 인재혁명(공저), 나는 교육에 미친 선생이었다, 동기요인과 자기주도학습의 관계에서 학습몰입의 매개효과 분석, 본질동기, 학습노력이 자기주도학습에 미치는 영향 외 다수

김명숙
홍익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현, 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주요 저서 및 논문>
생활지도와 상담, 상담사례연구Ⅰ: 좋은 부모 되는 길, 상담사례연구 Ⅱ: 좋은 부부되는 길, 창의·인성 직업윤리, 창의·인성 중심의 리더십, 창의적 사고와 표현, 소통과 이미지 컨설턴트Marriage
Encounter 프로그램의 효과에 관한 연구, 성인애착유형에 따른 이성교제커플들의 관계만족, 성인애착유형조합에 따른 이성교제행동과 이성관계 만족간 관계 외 다수

신희이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이학 박사
현, 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주요 저서 및 논문>
부모교육, 놀이지도, 영유아 발달, 아동 안전지도, 보육교사론, 그림책 들고 숲으로 가요. 영유아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아동수학지도, 부모-자녀 간의 의사소통유형 및 아동의 자아개념과 또래관계, 영아교사의 민감성과 보육교사직 헌신도가 전문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