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회복지’라는 말에는 개인의 복지를 사회공동체가 책임진다는 뜻이 들어있다. 개인의 복지를 왜 사회가 책임지는가? 복잡한 문제지만, 간단히 말해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없으면 사회란 존재할 수 없지만, 그 반대로 사회가 없다면 개인도 살아갈 수 없다. 아득한 옛날에는 혼자서도 어찌어찌 살 수 있었을지 모르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다른 사람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람이 많아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경쟁과 갈등도 심해진다. 이렇듯 개인과 사회의 상호의존과 갈등이 인간 사회의 본질이며, 문명 이래 인류의 발자취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와 갈등의 역사다.
인간이 만들어온 모든 사회제도가 그러하듯이, 사회복지의 발달 역시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사회복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을 잘 알고 이것이 사회복지의 변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20년 넘게 사회복지 역사를 가르치면서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미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기존의 책들은 사회복지 제도의 변천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복지를 둘러싼 환경을 다소 가볍게 다룬 느낌이 있다.
이 책은 사회복지 제도 그 자체는 물론 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여 사회복지 역사를 서술하고자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환경을 다 다루었지만, 경제환경의 변화를 특히 중점적으로 살폈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복지 제도는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 낸 산물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부터 불평등과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복지가 발전했다. 또한 복지국가의 이념은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기본적인 생활이란 주로 경제적인 부분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경제환경과 함께 가치관과 이념 또한 사회복지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말했듯이, 인류 역사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와 갈등의 역사였다. 이념이란 간단히 말해서 개인과 사회 둘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더 중시하고, 사회주의는 사회공동체를 더 중시하는 이념이다. 사회민주주의나 중도파는 개인과 사회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조화를 꾀한다. 이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졌고, 한 시대, 한 사회에서 지배적인 이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회복지 제도가 변화해 왔다.
이 책을 구상한 지는 무척 오래되었지만, 이제서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모두가 저자가 모자라고 게으른 탓이다. 그 와중에 사회과학의 연구 방법에만 훈련되다 보니 역사학적 시각과 분석방법에 익숙하지 못했다. 인문학적 글쓰기에도 숙달되지 못한 터라 글 쓰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고 평가가 엇갈리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기술해야 할지 헛갈렸다. 조선 시대 사관들의 고충을 알 듯하다. 사회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서구에서 도입되었다는 것을 핑계 삼아,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를 독자적인 시각에서 정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사는 게 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일이 아니던가. 책을 쓰는 동안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 이제는 뵐 수 없는 부모님이 그립다. 여러모로 힘든 중에도 언제나 묵묵히 지지를 보내준 아내와 아이들이 고맙다. 출판을 위해 애써준 양서원 회장님과 직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차, 잊어버리고 넘어갈 뻔했다. 사제 간이라기보다는 벗처럼 지내는 옛 제자들이 있다. 내가 책을 쓰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자신들의 성원을 꼭 기억하라고 했다. 압력(?)에 굴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 씀씀이를 잊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이름은 김성근 그리고 신창호 군이다.
오래 끌어온 책이지만 막상 집필을 끝내고 보니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 더하다. 처음 거창한 꿈은 어디로 가버리고, 헙수룩한 잡문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초고를 끝내고 수정을 하다 보니 고칠 게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 다 고치다 보면 어느 세월에 끝날까 싶어 부족한 채로 내놓는다. 재주가 모자람을 사무치게 느끼면서, 잘못된 부분은 독자 여러분께서 꾸짖어 바로잡아 주시기를 삼가 기다린다.
2021년 10월
김 환 준
목차
1장. 사회복지 역사 연구의 개관
1. 역사연구의 의의
2. 사회복지 발달과 환경 요인
3. 서구 사회복지 역사의 시대 구분
2장. 고대사회의 사회복지
1. 고대의 사회적 배경
2. 고대의 사회복지 사상
3. 고대의 사회복지
3장. 중세의 사회복지
1. 사회경제적 배경
2. 빈곤관 및 사회복지 사상
3. 중세의 사회복지
4. 중세 말기의 혼란과 빈곤 정책의 변화
4장. 중상주의 시대와 구빈법
1. 시대적 배경
2. 중상주의 시대의 사회복지 사상
3. 중상주의 시대의 사회복지
4. 엘리자베스 구빈법
5. 구빈법의 변천
5장. 자유주의 시대와 신구빈법
1. 시대적 배경
2. 자유주의 사상
3. 구빈법 개혁의 배경
4. 신구빈법과 구빈제도의 변화
6장. 대전환의 시대와 사회개혁 운동
1. 자본주의의 발전과 변모
2. 노동운동과 대중민주주의의 확대
3. 새로운 사상의 등장
4. 사회민주주의와 사회개혁 운동
5. 빈곤 조사와 빈곤관의 변화
7장. 사회사업의 태동과 발전
1. 자선조직협회
2. 인보운동
3. 전문 사회사업의 발전
8장. 사회보험의 도입과 확산
1. 사회보험 도입의 배경
2. 독일의 상황
3. 비스마르크 정부의 사회보험 도입
4. 사회보험의 확산
9장. 대공황과 미국 사회보장법
1. 대공황의 충격
2. 케인스 경제학의 등장
3. 미국의 특수성
4. 루스벨트와 뉴딜정책
5. 사회보장법 제정
10장. 세계대전과 베버리지보고서
1. 전쟁과 사회복지 발달
2. 베버리지보고서와 그 의의
3. 베버리지보고서의 사회보장계획
11장. 복지국가의 발전
1. 시대적 배경
2. 사회보장 제도의 확대
3. 복지국가의 확립
4. 복지국가로 향하는 갈림길들
12장. 복지국가의 재편
1. 사회ㆍ경제적 배경
2. 복지국가 비판과 이념의 분화
3. 복지국가의 재편
4. 전망에 갈음하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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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 환 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사, 문학석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철학박사(사회복지학 전공)
현,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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